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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이미지로 글쓰기에 대한 먼 길 이야기

문진주

이미지로 글쓰기에 대한 먼 길 이야기


미술 서적, 생각보다 진입장벽이 높다. 전공서까지는 아니라도, 적어도 교양서를 읽어보려고 시도한 독자들은 누구나 다들 느낀 적이 있을 것이다. ‘내가 지금 한국어를 읽는데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 평소 쓰지 않던 현학적인 표현들은 어디서 이렇게 튀어나오는 것이고, 외래어, 또 ‘이즘(-ism)’은 얼마나 많은지!



이미지로 글쓰기_표지

2021년 11월에 나온 신간, 이주은의 《이미지로 글쓰기》(2021)는 앞에 기술한 책들과는 확연히 다른 점을 보인다. 프롤로그에서 작가는, ‘이미지로 글쓰기는 미술작품을 글로 설명해야 하는 실무자에서부터 개인 미디어 운영자에 이르기까지 이미지와 글을 자유로이 넘나들며 소통하고 싶은 분들을 위해 만들었습니다.’라고 밝히고 있다. 이렇게 넓은 범위의 사람들을 만족시킬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면, 나는 그 의문에 가능하다고 답하고 싶다. 심지어 어린이들까지도 말이다. 

이제 처음으로 시각작품에 대한 글을 쓰기로 마음먹은 사람도 이해 가능한 용어의 사용과 마치 앞에서 강좌를 진행하고 있는 작가의 스크립트를 읽는 것 같은 대화체 말투의 사용은 이 책을 커다란 부담감 없이 다가갈 수 있게 도와준다. 하지만 놀랍게도, 완전히 입문적인 내용만 다루고 있는 것은 아니다. 시각예술 전공자가 작품을 감상하고 접근할 때에 미술사적 개념의 사용, 역사적, 사회적 맥락을 읽어내기 급급해 놓칠 수 있는 ‘감상의 기본’을 다시 한번 일깨워준다. 

또한, 시중의 미술 이론 개념서들이 대부분 미술사적으로 이미 많이 알려진 작가와 작품에 대해서만 다룬다는 아쉬움이 있다면, 이 책에서 작가는 크리스 조던, 정연두, 서도호 등 현대에 활동하고 있는 작가들의 훌륭한 작품들 또한 다루고 있다. 물론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명작들 또한 예시로 등장한다. 작가의 방대한 미술사적 지식을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며 현대미술 전시를 어려워했던 사람이라면 많은 도움이 되리라 예상한다.



먼길 이야기_포스터

이처럼 넓은 범위의 독자층을 커버할 수 있는 책을 보니, 현재 어린이 전시로 진행되고 있는 한 전시가 떠오른다. 서울시립미술관 북서울미술관에서 현재 열리고 있는 이수경 작가의 어린이전시, 《먼길 이야기》(2021.10.5.-2022.6.19)이다. 서울시립미술관 북서울관은 미술관을 둘러싸고 있는 커다란 주택지구에 맞게, 어린이 친화적인 미술관으로 특징지을 수 있다. 미술관 앞 규모 있는 광장에서 킥보드를 타고 있는 어린이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는 곳이다. 그만큼 어린이 교육 프로그램도 잘 운영되고 있으며 이번 《먼길 이야기》 전시에도 전시 관람 후에 즐길 수 있는 체험 프로그램이 잘 마련되어있다. 

이수경 작가는 <번역된 도자기> 시리즈로 우리에게 익히 알려진 작가이다. 이번 전시의 제목인 ‘먼길 이야기’는 이수경 작가가 1999년 딸을 위해 직접 지은 동화의 제목과 같다. ‘먼길’이라는 이름을 가진 소녀와 함께 긴 여행을 떠나게 되는 이 이야기는, 공주, 사자, 마녀 등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동화의 모티프들을 따서 가지고 왔다. 작가가 직접 지은 ‘동화’ 제목의 어린이 전시. 그리고 어린이 맞춤 체험 교육 등, 이 전시는 얼핏 예상 관람층으로 어린이만을 선정하여 꾸린 것 같다.



이수경, 매일 드로잉 112019, 2019, 종이에 색연필, 30×30cm, 서울시립미술관 소장



이수경, 불꽃 2020-20, 2020, 장지에 경면주사, 101×151×3.8cm

전시에 들어서보자. 맨 처음으로 <매일 드로잉 시리즈>(2005-)가 관람객을 맞이한다. 동서양을 넘나드는 종교적 형상과 거듭해서 등장하는 여성의 얼굴, 그리고 한 귀퉁이에는 만다라 형상이 계속해서 이어져 있다. 이는 이수경 작가가 2004년부터 시작한 미술치료를 통해 나온 작업이라고 한다. 묘한 느낌을 주는 이러한 드로잉들은 바로 이어서 배치된 <불꽃>(2020-2021)에서 그 방점을 찍는 느낌을 준다. 하얀 장지에 경면주사로 그려진 작품 네 점은 어른을 위한 동화와 같이 신비로우며 어딘가 오싹한 이미지들로 채워져 있다. 불교적 테마와 기독교적 테마가 어우러져 있으며, 전체적인 느낌은 한국의 무속신앙과 같은 분위기를 자아낸다. 


전시전경, 먼길 이야기, 서울시립북서울미술관, 서울, 2021. 사진_양이언

전시장의 반대편에서는 AR 기능을 활용한 조각작품과 회화작품이 전시되어있다. 영상 작품인 <오, 장미여!>(2020)에서는 작가가 경험한 전생 역행 체험을 통한 경험을 회화와 나레이션으로 소개한다. 배경이 되는 몇 가지 작품들은 바로 오른쪽 벽에 걸려있는 <전생역행그림>(2014-2016)에서 찾아볼 수 있는데, 영상에 나왔던 작품을 찾아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전시를 다 관람하고 나서는 아이들이 각자의 워크북을 만들어볼 수 있는 체험 프로그램이 마련되어있다. 

어린이전시로 분류되어있는 이수경의 《먼길 이야기》와 이주은의 《이미지로 글쓰기》는 넓은 범위의 독자층, 관람층을 포용할 수 있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이미지로 글쓰기》를 읽고, 이수경의 전시를 보러가는 것을 추천한다. 책의 부담 없는 문체와 쉬운 단어, 눈앞에서 그려지는 듯한 설명은 시각예술에 관심 있는 아이부터 성인까지 시각 매체를 읽어나가는 법을 한층 쉽게 만들어준다. 굳이 대상을 꼽아보자면, 여러 세대가 함께하는 온 가족이 함께 그림 읽는 법을 배우고 전시를 보러 가는 게 어떨까? 분명 좋은 경험이 될 것이다. 


문진주 brightnight082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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